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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경주여행] 30년만의 경주월드야, 안녕! (Feat. 전지적 노약자 시점의 후기)

by 초이스초이스 2024. 12. 2.

 
내년이면 곧 칠순을 맞이하는 우리 엄마. 지난달 예약해 드린 모노레일은 스릴이 없다며, 그래서 롤러코스터를 타야만 하겠다는 엄마의 성화에 못 이겨 가게 된 경주월드. 엄마의 소원성취를 목표로 억지스레 갔지만 이 또한 그리운 추억이 될 것을 알기에...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준 엄마에게 감사하며,
전지적 노약자 시점을 대신해 후기를 담아본다.
 

 
스릴이 필요한 노약자 취향엔 맞지않는
대봉산 모노레일 후기는 아래 참고 > 

 

함양여행] 함양 대봉산 스카이밸리 모노레일 탑승기 (feat. 집라인에 중독된 우리엄마)

올해 10월 초. 멀리 사시는 친정부모님께 함양 대봉산 모노레일 티켓을 끊어드렸다. 건강이 안 좋으신 엄마는 여행을 가는 것도 사실 좀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나의 절친한 소꿉친구가 자신의 부

choichoi9128.tistory.com

 

 
늦은 오후 4시쯤 도착한 경주월드. 오후권으로 티켓팅했다. 얼마만의 도투락월드인가. 아니 경주월드인가
30년전, 토끼와 거북이가 반갑게 맞아주던 도투락월드! 토끼 거북이 어디 보내쒀!

저 착하디 착한 토끼와 거북이 어디 버렸어?!


 올해는 놀이공원 마(?)가 꼈나보다.
유니버설 스튜디오 오사카, LA, 에버랜드, 롯데월드, 서울랜드까지 . 그러고 보니 5군데를 다녀왔다. 그것도 아들과 단 둘 또는 아들친구 1+1으로 셋이서
 
사실 나는 놀이기구를 무서워해서 아들친구 하나 붙이면, 밥 먹이고 줄만 서주면 되니 자유라 오히려 땡큐인데 친구엄마는 내 젊음과 에너지에 탄복하며 고마움과 오해의 눈물을 흘렸다고 함. 그러나 경주월드는 친구 1+1도 불가능한 먼 지역이기에 내 인생에 전혀 예정에도 없던 놀이공원이었음을
 

 
11월 말 토요일 오후의 경주월드 
혼잡도 ★☆☆☆☆
 
가을날 주말의 이 한산함 정도 무엇?!
심지어 쿠팡에서 접이식 의자도 샀는 데 들고 다니니 짐스러워 다시 트렁크로 - 줄도 10분이면 땡!
 

 

주차장에서 바로 보이는 놀이기구 (=드라켄)를 타고 싶다는 엄마. 혈압이 오르면 안 된다. 심장 멎는다. 골 흔들리면 노약자에게 치명적이다. 갖다 붙일 수 있는 건 다 갖다 붙여서 뜯어 말렸다. 아 - 힘들어.
 
다행히 급류 타기로 첫 번째 빌드업 플랜 설득 성공
 
사실 몸이 젖을 걱정에도 불구하고 급류 타기를 첫 번째로 선택한 이유가 있다. 엄마가 몸이 불편하니 혹시나 제재를 당할까 싶어 우비로 몸이 얼추 가려지는 놀이기구를 선택한 것인데 결과는 무사통과였다. 휴~~~ 어찌나 다행인지. 일단 스타트가 좋다!
 

12살 아들과 69세 할머니가 함께하는 놀이공원

 

우비를 쓰려니 2500원에 판매중이길래 저 멀리 수거함에 가서 우비를 주워왔다. 그런 내 모습을 보고 칭찬을 쏟아내는 우리 아빠다. 아빤 늘 정도보단 사도로 가는 지혜(?)와 용기를 높이 평가하시는 편이다.  이런 아빠 밑에서 커왔는데 늘 정도만 걷는 남편과 살려니 답답하고요.
 
두 번째 탑승은 우비를 입은 김에 써머스플래쉬로 고고
와... 근데 이거 물보라가 생각보다 어마어마하다. 그야말로 장관~ 유니버설 쥬라기파크 저리 가라!
 

이게 바로 스플래쉬!
이깟 물보라에서 좋다고 사진을 찍었다니!


온몸이 쫄딱 젖은 엄마와 아들. 몸을 녹이기 위해 카페 베네로 (얼마만의 카페베네?!). 아들은 추위를 달래려 핫초코를 주문하는 옆에서 뜬금없이 아이스라떼를 주문하시는 어떤 분? 저기요... 엄마?! 몇 번을 다시 물어봐도 아이스라떼. 역시 69년동안 변치 않고 올곧은 우리 엄마다.
 

 

 
난 바이킹을 세상에서 제일 무서워하고, 남편은 재작년에 갔던 에버랜드에서 젤 처음으로 바이킹을 탔다가 의무실에 가서 폐장까지 누워있었다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었던 그날의 온리원, VIKING
 
고로 아들에게 바이킹은 엄마, 아빠와는 절대 함께 탈 수 없는 영역이었는데, 이 바이킹을 할머니와 타게 될 줄이야. 줄을 선 아들에게 끝부분에는 절대 타지 말라고 몇 번의 당부를 한다. 

하지만 내 걱정은 또 기우였다지. 부처님 자세로 부처핸썹하는 우리엄마. 응~ 우리 엄마 만세!
 
무사히 내려오는 엄마가 기다리고 있던 날 보더니 활짝 웃는다. 몇년 만에 보는 건지 모를 _ 엄마의 활짝 핀 미소를 보니 기쁨인지 슬픔인지 모를, 알 수 없는 마음이 날 어지럽힌다.

 
 
오후 5시에 들어가 8시에 깔끔하게 하산한 우리
이번 주말엔  '스콜 앤 하티'라는 신규 어트랙션이 또 오픈한다는 데.  경주월드 너 아주 이를 갈았구나.
 
놀이공원에 다녀온 그날 밤, 마음 따뜻한 아들이 내게 조심스레 건넨 말에 바보같이 눈물이 났다. 
 
엄마, 오늘 할머니가 스트레스가 확 풀렸다고 하셨잖아. 그럼 이제 이제 술은 안 드시지 않을까? 할머니랑 우리 놀이공원 자주 다니자.
 
고마워. 예쁜 우리 아들
그리고 사랑해요.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