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 친구네 가족과 함께 3박4일로 제주 여행을 다녀왔다. 우선 비행기표만 예약했고, 호텔 및 식당 예약은 파워 J인 내가 맡았다. 친구는 뭐든 좋다며 쿨하게 정산만 하기로. 우린 그동안 그렇게 서로를 맞춰온 30년지기 친구이기에. 그러나 문제는파워 J도 점점 노쇠하여(?) 귀찮음병이 슬슬 생기기 시작했고, 친구는 그런 나를 여행 한달 전부터 닥달하기 시작했다. 사실 더 큰 문제는 내가 다이어트 중이어서 그런지 식욕 자체가 예전만하지 않았다. 그래도 저 멀리 미국에서 오는 친구에게 대충 어디 가다 걸리는 데 가자고 할 순 없었고 마침 생각난 건 늘 가보고 싶었지만 예약이 불가했던 몽탄 삼각지. 그래서 가게된 몽탄 제주이다.
몽탄 제주
제주 제주시 구좌읍 동복로 83 1층
영업시간
오전 11:30~21:00
(20:00 라스트오더)
* 캐치테이블 예약 필수
주차
네비에 동복리 1351-1 (또는 베르니모텔 검색)
주차 후 길건너서 도보 5분 정도
바로 앞 공백 주차장은 유료. 주차비 지원 X
몽탄의 시작은 향이다.
몽탄의 브랜드 스토리는 '향'에서 시작한다. '우리만의 향이 뭘까'를 고민하며 전국을 돌다 전남 무안군 몽탄면에서 찾아낸 짚불향의 맛과 멋을 살렸다. 추수 후 마을 번영을 위해 남은 짚불로 고기를 굽던 문화에 영감을 받아 배우고 익혔다고. 소갈비 부위 중 최상급 부위인 우대갈비를 훈연하여 내놓는다. 여기까지는 몽탄 홈페이지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멋진 브랜드 스토리가 있는 몽탄이다. 단, 이 부분은 브랜드 스토리 그대로 받아들이기에는 애매한 부분이 있는 걸로 알고 있다. 매스컴에 따르면 몽탄이 짚불에 영감을 얻고 배웠다고 한 부분에서 몽탄면에서 3대째 가업을 이어가고 있는 짚불구이 00식당과 입장 차이가 있는 듯 하다. 그리고 또 하나 '몽탄'이라는 식당이 유명해지는 바람에 실제 무안군 몽탄면의 향토 짚불구이는 더이상 포털에 검색해도 나오지 않는다는 씁쓸한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 (죽쒀서 개준다. 눈 뜨고 코베인 격 같은 속담이 생각난다. ) 몽탄이 센스있고 탁월한 안목으로 모티브를 얻어가는 동안 무안군 몽탄면은 70년 이상 지속되어온 로컬의 정체성을 빼앗긴 격이라고 할 수 있다. 너무나도 안타까운 상황이다. 단, 부정할 수 없는 것은 탁월한 안목으로 짚어낸 컨셉, 그리고 그들만의 정체성과 매력을 한번 더 잘 포장해낸 브랜드 스토리는 고객의 마음을 훔칠 수밖에 없다는 것. 특히 요즈음 한없이 올라간 대중의 수준과 감도를 건드릴 수 있는 매력은 결국 도시인의 입장에서는 미지와 같은 로컬에 답이 있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로컬에선 그 매력을 모르는 경우가 다분하다. 그래서 오히려 로컬에 속하지 않은 생판 타지의 사람들이 그 진가를 더 잘 알아보고 돈을 버는 아이러니한 상황. 바로 이런 경우 아닐까.
여튼, 그건 그렇고
우리는 배고파서 몽탄에 간다.
어두컴컴한 카운터를 지나며 기대감이 증폭될 즈음 바로 몽탄의 시그니처 훈연소(?)가 손님을 맞아준다. 이 훈연소는 홀 중앙에 배치되어 '내가 주인공이야~'라며 공간을 압도하는 분위기를 선사한다. 식사 테이블들은 이 훈연소 뒷쪽으로 둥근 돌벽을 따라 원을 그리며 배치되어 있는데 이는 마치 제주도의 어느 조용하고 한적한 동굴에서 식사하는 듯한 잊을 수 없는 경험을 준다. 아마도 훨씬 많은 좌석을 배치할 수 있었을 규모인데도 이렇게 넓게 배치한 것은 역시 몽탄스러움을 이어가는 브랜딩의 일부일 듯 하다. 그래서 다들 이곳을 와보기 위해 예약을 하려고 안달일테지.
미국에서 온 친구 가족에게 접대를 하겠다고 다짐을 한 식당인지라, 사실 가격은 미리 보지도 하지 않고 예약했다. 특색있는 경험을 남겨주고 싶었을 뿐. 그런데 메뉴판을 보니 예상보다 훨씬 저렴한 1인분 34,000원이다. 혹시나 하고 보니 역시나 원산지가 미국산... 빛의 속도로 메뉴판을 인터셉트해서 메뉴판을 못보게 하고 우리 부부가 알아서 주문했다. LA에서 온 가족에게 미국산 LA 갈비 다름없는 소고기를 대접하기가 매우 쑥스러웠다. (아직도 한우인 줄 알지도... 미안하다. 친구야)
원산지가 나와서 말인데 사실 다들 알다시피 우대갈비는 LA갈비와 동일하게 6~8번 갈비뼈에 붙어있는 살이다. 뼈를 통째로 길게 자르면 우대받는(?) 우대갈비가 되고, 갈비대 직각방향으로 얇게 썰면 LA갈비가 된다. 같은 부위인데 어떻게 써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몸값이 웃프기도 하다. 요즘엔 캠핑에서 숯불에 구워먹기엔 우대갈비만한 게 없으니 캠핑이 유행하게 되면서 사람들이 무척 선호하게 된 부위이기도 하다.
이 정도 분위기와 서비스라면 한번쯤은 다시 가볼만할 것 같은 몽탄 제주. 난 사실 고기맛보다는 살얼음 무생채 김치와 곁들이는 양념들이 훨씬 흥미롭고 맛있었다. 굉장히 신경써서 하나하나 고심했을 것 같은 소스와 밑반찬들 인정. 훈연을 입혀 정성스레 잘라주는 서비스도 인정. 여튼 몽탄이라는 브랜드 스토리를 중심으로 옆으로 새지 않고 하나의 결로 간결하게 잘 이어지는 모든 것이 참 괜찮아보였던 몽탄 제주 . 사소한 자동문 스위치까지도 몽탄스럽게 마무리된 모습에 많이 배우고 잘먹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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