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다녀온 양산. 숙소 바로 앞에 있는 공원이 있길래 아침 산책도 할 겸 나섰는데, 여름내 만개했다 꽃을 거두어들인 연방 군락이 너무 좋았던 곳. 산책하기 좋은 양산 범어빗물펌프장 유수지에 대한 기록이다. (아, 이름 너무 어렵다.)
2007년도에 건립된 양산 범어빗물펌프장 유수지는 원래는 시민출입이 통제되어 있었던 곳이라고 한다. 그러나 세월이 흐름에 따라 주변 택지 입주가 이뤄지며 유수지는 어느새 도시 미관을 해치는 시설로 전락하게 되었고, 양산시에서는 더 이상 방치할 수 없게 된 이곳을 공원화하는 것으로 결정, 2020년에 유수지 공원으로 준공 완료 후 양산시민들에게 상시개방하게 된다.
양산 범어빗물펌프장
물금읍 범어리 2726-1
우리가 이곳에 갔을 시기는 10월 초였기 때문에 여름에 개화했던 연꽃은 이미 다 지고 난 후였다. 원래는 멸종 위기종 2급 야생식물인 가시연꽃의 대규모 군락지라고 하는데, 일부러 심은 것이 아니라고.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지역에서 이미 멸종되었거나 멸종 위기에 처한 수종이라고 한다. 그런 가시연꽃이 자연 복원된 케이스라고 하니 신기방기. 비록 영롱한 보랏빛의 가시연꽃은 직접 만나지 못했지만, 다 자란 연잎 사이로 나를 좀 봐달라는 듯 머리를 삐죽이 내민 연방이 오히려 더 운치 있게 느껴진다. 아마도 지금쯤은 그때보다 더 아래로 고개를 떨구고 있겠지.
문득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랐다. 엄마가 연방 속의 연밥은 먹을 수 있는 거라며 꺼내주시던 모습. 맛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그 모습이 아련하게 떠올라 아들에게 연밥은 먹을 수 있는 것이라고 알려주니 신기해하며 저멀리 뛰어간다. 연방을 딸 수 있는 곳을 찾으려 애를 쓰는 모습에 공원의 꽃이나 열매는 절대 따면 안 되는 거라고 알려주었다. 아쉬워하는 아들을 뒤로하고 나도 이리저리 둘러보니 신기하게도 데크 주변으로 손이 닿는 곳은 이미 연방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
구름이 낀 흐린 하늘, 이곳은 유독 바람이 많이 부는 곳이라고 했다. 왜그럴까? 근처에 높은 건물이 있지도 않은데 이유가 궁금했다. 아들은 바람이 부는 김에 연을 날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는 지 연을 사달라고 한다. 만만한 우리의 친구 다이소가 있나 검색하니 마침 걸어갈만한 거리에 있어 아들과 함께 연을 사러 다녀왔다. 2천 원짜리 연을 들고 유튜브를 보면서 연날리기를 검색 또 검색. 엄마랑 아들이 연을 들고 내내 씨름하고 있으니 그 모습이 안쓰러운지 산책하는 어르신들이 지나가시며 한두마디 조언을 남겨주신다. 얼레가 있어야 날릴 수 있다. 연이 잘못 묶였다. 그런 허술한 연은 날 수 없다. 날리는 방향이 틀렸다. 지금 당장 뛰어라...등등. 감사한 조언들에 힘입어 결국 한시간만에 연날리기는 성공. 문제는 아들의 목에 연줄이 걸려 목이 한껏 베어 피가 나는 참사 발생. 그렇게 연을 쫓던 아이는 영광의 상처와 함께 기억에 남는 하루를 마무리했다는 흉흉한결말의 주말후기
'여행 > 국내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서울 마포] 서울미래유산 _ 문화비축기지(마포 석유비축기지) (4) | 2024.11.07 |
---|---|
김포 여행] 즐거운 캠핑 바이브 _ 바베큐 캠프닉 카페 뚜바뚜바 (6) | 2024.11.06 |
서울 동대문] 갖고 싶은 서울 굿즈가 가득한 _ DDP 디자인스토어 (1) | 2024.11.01 |
인천여행] 인스파이어 리조트 후기 (주차 & 시설 팁) (4) | 2024.10.28 |
양산여행] 책내음 가득한 곳 _ 평산책방 (3) | 2024.10.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