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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서울 선유도] 그 겨울의 정원

by 초이스초이스 2024. 12. 27.

지난 주말, 친구가 활동하는 정원모임 세미나에 함께 했다. 목적지는 선유도 공원. 20년 전 한번, 10년 전 한번, 그렇게 두어 번 갔던 기억이 전부인 곳

그러다 작년 이맘때 친구가 보내준 정영선 작가님의 다큐멘터리를 보고, 언젠가 선유도 공원을 다시 가봐야겠다고 마음을 먹었는 데 친구 덕에 좋은 기회가 생겨 드디어 가보게 된 날이다.

 

선유도는 양화대교 아래에 위치한다.

 
선유도 공원은 내가 매일 출퇴근을 하는 양화대교 아래에 있는 섬이다. 어쩜 매일 출퇴근을 하면서도 십 년 전에 간 게 마지막이라니... 심지어 통근버스 격인 603은 양화대교 중간에 위치한 선유도공원 입구역에 정차도 하는 데 말이다.
 
양화대교 위에 새로 생긴 카페 진정성도 한번 들러봐야겠다 싶다. 날이 따뜻해지면 자전거를 타고 출근하며 커피 한잔을 하는 날이 오겠… 지? 올까?
 

 
오늘은 버스대신 선유도역에서 친구들과 만나 보행교인 선유도를 통해 선유도공원에 들어가기로 한다.

역에서 20여 분만 걸으면 선유도 공원에 도착하는 데, 다시 십여분을 걸으면 양화대교 쪽에 위치한 방문자 센터가 보인다. 오늘 우리의 집결지. 이곳에서 제주도 베케 김봉찬 대표님 외 멤버분들을 만나기로 -

 
정원과 조경에 대해서는 문외한인 나이지만, 선유도공원이 얼마나 특별한 공원인지쯤은 알고 있다.

비록 곧 동태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날씨에도 김봉찬 대표님의 주옥같은 말씀들을 하나하나 주워 담으려 애써보았지만,  워낙에 이 분야에 기본이 없으니 알아듣는 건 반도 채 안되었다는 아쉬움

 
수직으로 쭉 뻗은 메타세쿼이아길의 긴장감을 부드럽게 풀어주는 것이 이 느티나무의 역할이라고 -

딱딱함을 부드러움으로 풀어주는 역할이 필요한 건 도시도, 건축도, 조경도, 사람도 마찬가지구나 싶다. 
 

 
 과거 정수처리시설이었던 흔적을 생태 연못으로 바꾼 이곳. 겨우내 살얼음 위로 고개를 내민 풀뭉치들은 소박하고 겸손한 모습으로 생명력을 드러내고 있다.

정영선 작가님의 철학이 가장 깊이 스며든 이곳은 도시와 자연이 유기적으로 맞물려 흐르고, 그 자체로 완전하고 충만한 모습이다.
 

 
 
가지들 사이로 비치는 그날의 하늘은 투명했고, 가지들 틈새로 드러난 겨울의 서울은 낯설 만큼 아름답고 생경했다.

선유도는 그래서 특별하다고 했다. 도시 속에 있지만 도시와 이질감 없이 어울리는 곳. 선유도라는 프레임을 통해서 보이는 서울은 회색빛이지만 그 자체로 충분히 아름답다.

 
초록빛 잎 하나 없이 오롯이 열매만 매달린 나무가 이토록 고요하고도 아름다울 줄이야. 이곳 선유도에서 _ 드러내고 멋내지 않아도 잔잔하게 스며드는 음수의  겸손함과 소박함을 배우고 간다.

선유도를 걷던 어느 길에 꽂힌 팻말에 적혀있던 _ 검이불루 화이불치 그 자체인 이곳이다.

 
마지막으로,

김봉찬 대표님의 여러 말씀 중 내게 가장 와닿았던 부분_ 결국 주변의 컨텍스트가 가장 중요하다.

컨텍스트 없이 내 생각만을 우겨 집어넣게 되면 어떤 공감도 감동도 얻기 힘들다는 것. 조경을 떠나 어떤 분야든 관통하는 메시지일 것이기에 요즈음의 나를 다시 돌아보며 마음에 되새기게 되었던 날.

감사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