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미국 친구네 놀러 가기 한 달 전
친구가 새차를 뽑았더랬다.
따끈따끈한 벤츠 GLE 450로
공항으로 마중나온 그녀는
차를 타자마자 나를 시험하기 시작한다.
" 00아. 네비에 대고 Hi~ Mercedes 해봐~"
순순히 시키는 대로 하는 나
"하이~ 메.르.쎄.데.쓰“
".................."
아무 대답이 없는 벤츠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깔깔 넘어가는 내 친구 S
친구아들과 남편C가 본토발음으로 부른다.
" 하이~ 멀~쎄이리스 "
"Hi~blabla”
기다렸다는 듯 재깍 대답해 주시는
얌체같은 멀~쎄이리스 벤츠
그랬다.
친구는 자기만 굴욕감을
느끼기가 분하고 억울해서
굳이 나를 이 먼 미국까지 부른 거다.
미국에 도착하자마자 내게 언어장벽이 뭔지 제대로 알려준 멀쎄이리스 벤츠를 타고 우린 라스베이거스로 떠났다. (차에 탈 때마다 멀쎄이리스를 발음해 보라는 친구의 꼬드김에 3주 내내 소심하게 웅얼거리다 마지막주에 딱 한번 성공했다는) 라스베이거스에서 2박을 하고 마지막 1박을 남겨둔 밤. 그날은 아들이 기대하는 자바워키스의 저녁 공연이 있던 날. 우리는 공연장이 있는 MGM 호텔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베트남 음식점에서 저녁을 먹었다. 역시 베트남 현지인들이 인정한 맛집이라며 극찬을 해가며 배불리 먹고 즐겁게 주차장으로 온 우리
그른데.... 그른데
창문이 좀 이상한데?
나는 뒷좌석에 타야 하기에 뒷문을 열려고 보니 뭔가 이상하다. 뭘 잘못 봤나? 선팅이 벗겨졌나? 아닌데 하고 다시 보니 창문이 반쯤 없다. (뽑은 지 한 달 된 머레이리스의) 창문이 파사삭 깨져있다. 하...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미국의 스매시 앤 그랩이구나. 미국에 거진 30년째 거주하는 C도 실제로 겪은 건 처음이라고. 늘 안전한 캘리포니아 어바인에만 거주하다 보니 방심했던 것이었다.
근데... 감히 경찰차를 털어?
잠시 멘붕이 되었던 우리 모두 서서히 정신을 챙기기 시작한다. 근데 어이가 없는 건 사실 차주 = 친구남편 C는 미국 경찰이다. 이것들이 사람도 몰라보고 감히 경찰차를 떨어쒀......? 더 열이 받기 시작하지만 이 곳 미국은 어쩔 수 없다. 정확히 말하면 네바다주 소속의 경찰이 아니기에 아무 상관도 없는 일반인일뿐이다. 그래서 우선 가까운 경찰서로 전화하지만 안 받는다. 그러다 겨우 연결된 전화.... 모바일로 접수하란다..... 하… 심지어 이날은 토요일 저녁 8시 반. 미국 경찰은 작금의 사태를 해결해 줄 수 없음을 우리보다 더 잘 아는 C는 벤츠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건다. 24시간 가능한 서비스센터가 근처에 있을 거라는 애매모호한 답변을 얻었지만 그곳마저 전화는 받지 않음
일단 나는 아이들을 챙겨 우버를 타고 공연장으로 출발하고, 부부는 근처 세차장으로 가기로. 부서진 창문이라도 쓸어 담아야 내일 집으로 갈 수 있기에. 그럼 그들은 대체 뭘 훔치려고 창문을 깬 건가. 차에서 내릴 때마다 여긴 한국이랑 다르다며 태블릿과 가방을 꼭꼭 챙겨서 갖고 내리던 우리인데, 하필 그날은 뒷자리에 (하물며 대단한 백팩도 아닌 단순한 자루형태의 ) 백팩을 두고 내렸던 것. 안에는 장난감 하나와 만오천원짜리 바람막이 하나…
별것도 없는 백팩이라 더 열받아...!!
미국으로 여행갈 계획이 있다면 잘 보시라. 미국의 차량털이 스매시 앤 그랩 수법을. 일단 도둑이 타고 있는 차가 쓰윽 와서 옆에 대는 척한다. 한놈이 나와서 창문을 1초 만에 깬다. 상체만 창문으로 집어넣고 얼른 물건을 훔친다. 차에 바로 타고 출발한다. 걸리는 시간은 단 5초. 특히 한인타운에서 더 자주 발생한다고. 게다가 토요일에 가장 많이 발생!!! 이날도 토요일이었지. 그런데 여긴 한인타운도 아니고, 차에 한국인이라고 씐 것도 아니고, 현대-기아차도 아니건만. 새 벤츠여서 그랬나보다 싶다. 아웅~ 열받아. 참! 그리고 그날 경찰서가 연락이 안 닿았던 이유. 하필 라스베이거스에서 축구경기가 열리는 날이라 그 지역 경찰이 모두 축구장에 배치되었다고.... 그래. 축구경기장 안전이 중요하지 이깟 털이범 잡는 게 중요하겠니.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주차장이 먼 것도 아니고 코앞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창문을 깨고 털어가는 데도 모를 수가 있나?…. 응, 있어. 이번에 유튜브 올리버쌤을 찾아보고 알았다. (중고차까지 구입해 입증해주시는 고마운 올리버쌤 감사합니다.) 이들이 사용하는 건 망치가 아니었다. 이유는 망치로 창문을 깨면 온동네가 시끄러울테니까. 그래서 그들이 사용하는 건 작은 이빨만 한 자동차 부품. 잘 보이지도 않을 만큼 작지만 상상이상으로 강력해서 순식간에 안전유리를 조각내버린단다.
다음날에도
여전히 연락이 닿지 않는
서비스센터는 포기
졌다. 미국 너란 나라!
우린 어바인으로 출발한다
이렇게...
근처 마트에서 이삿짐 포장용 랩을 이 정도면 됐다 싶을 만큼 칭칭 두르고 이어폰을 끼고 출발... 그러나 고속도로를 타는 순간. 미친 듯이 왱왱거리는 바람소리에 다시 정차. 바람이 들어가지 않도록 다시 테이프를 치덕치덕. 그리고 생각지도 못한 햇살의 공격에 박스까지 찢어 붙였다. (선팅의 위력도 다시 한번 깨닫게 됨) 여튼 이상태로 5시간 걸려 무사히 집에 도착. 그리고 다음날 어바인에 있는 서비스센터로 직접 차를 갖다주었다. 한국이었으면 보험회사에서 바로 렌트카를 갖다주는데 미국은 직접 가져다줘야했고 심지어 더 낮은 등급의 차로 렌트해줬음. 다시 한번 타국에서 국뽕 느낀다. 대한민국 최고!!
미국에선 차안에
절대로 절대로
아무것도 두지마세요!!
꼭 둬야겠다면
사이버트럭 타시든가...
'여행 > 해외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교토여행] 교토 여행자라면 꼭 가봐야 할 에이스호텔 교토 (ACE HOTEL KYOTO) (6) | 2024.10.24 |
---|---|
교토여행] 일상과 다른 세계를 연결하는 _ 신풍관(신푸칸) (6) | 2024.10.15 |
교토여행] 추천숙소 _ 온야도 노노 교토시치조 (8) | 2024.10.13 |
미국여행] 자본주의의 상징 _ 라스베가스 코카콜라 스토어 (feat. 코카콜라병 이야기) (2) | 2024.10.02 |
미국여행] 세계 최대 구형 공연장 _ 라스베가스 스피어 (Sphere) (2) | 2024.09.3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