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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국내여행

서울 마포] 서울미래유산 _ 문화비축기지(마포 석유비축기지)

by 초이스초이스 2024. 11. 7.

일요일 늦은 오후, 아들과 함께 근처 문화비축기지에 가기로 한 날. 그런데 이 녀석, 친구 전화를 받더니 내 눈치를 본다. 엄마와 약속은 했지만 내심 친구와 놀고 싶은 것. 엄마는 아무 상관없으니 다녀오라고 했다. 그러다 1시간쯤 지났을까 아들에게 온 전화. 지금이라도 문화비축기지에 가도 되냐는 것. 말로는 친구들과 노는 게 재미가 없어져서 그렇다고 하는데 이 녀석의 성향을 알고 있는 나. 현관 앞에서도 "엄마, 나이가 들수록 움직이고 여행도 다니고 해야 해. 친구 만나면 안 돼?" 라며 혼자 집에 있을 내 걱정을 하며 나갔던 섬세한 아들이다. (누가 보면 엄마가 독거노인인 줄...)
 
그리하여 4시 반에서야 부랴부랴 출발하게 된 문화비축기지. 탱크 개방시간은 6시까지인데 어쩔 수 없었다. 5시쯤 도착하니 주차 줄이 쭉 서있는데, 관리요원분이 어찌나 잘 안내해 주시는지 15분 정도 기다린 끝에 주차 완료. 구역이 아닌 곳까지 퍼즐 끼우듯 안내해 주셔서 편하게 주차했다. 우린 집에서 거리가 멀지 않아 이곳이 공원으로 조성된 해부터 몇번 왔었는데, 감수성 풍부한 아들은 5년 전 여름 이곳 야외공원에서 보았던  E.T 영화를 보았던 것과 어느 겨울 T6 탱크 속에서 신나게 탔던 겨울 썰매의 추억을 아직도 종종 얘기하곤 한다.


서울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

" 문화비축기지 "
 

5년 전 이곳 야외정원에서 상영했던 E.T

 


 
문화비축기지
(마포 석유비축기지)

서울 마포구 증산로 87

 
운영시간

T1~T6 : 10:00~18:00
카페 T6 : 10:00~19:00
야외공원 24시간 개방
매주 월요일 휴무
 

주차

5분당 150원 (소형)
5분당 300원 (중형/11인이상)
 
Tip! 건너편 월드컵 경기장 주차장도 요금은 동일하니
혼잡 시 유턴해서 월드컵 경기장에 주차하는 것도 방법 

 
 
 

 
   


1976년 서울특별시의 안정적인 석유공급을 위해 마포구 매봉산에 석유비축기지 건설

 
월드컵 경기장 바로 맞은편에 위치한 문화비축기지. 사실 이곳은 월드컵 경기장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그대로 석유비축기지로 남아있을지 모른다. 이곳에 석유 비축기지가 세워지게 된 건 1973년, 세계적으로 국제 석유가격이 급격히 오르게 되면 서다. 이에 국가에서는 비상시를 대비한 석유저장을 위해 석유비축기지를 건설하게 된다. 1978년에 완공된 비축기지에는 다섯 개의 탱크가 세워졌고 그 안 에는 당시 서울 시민이 한 달 정도 사용할 수 있는 6,907리터의 석유를 저장할 수 있었다고 한다. 시민의 접근의 통제되던 1급 보안시설인 석유비축기지는 2002년 월드컵 경기 개최가 결정되면서 안전을 위해  2000년에 폐쇄 후 석유는 용인으로 이동시킨다. (용인석유비축기지)  그 후 폐쇄된 상태로 10년 넘게 방치된 석유비축기지는 2017년 9월 '문화비축기지'로 재탄생하게 된다.  뒤쪽에 배치된 T1~T5 탱크는 문화공간으로 사용하게 되었고, 가장 앞쪽에 위치한 T6은 T1, T2 해체 철판을 활용해 조성된 신규 건물이다. 


사계절 내내 아름다운 문화비축기지 

 
조경이 정말 잘 조성되어 있는 문화비축기지. 그래서인지 조경관련행사를 자주 개최하는 곳이기도 하다. 사계절 상관없이 어떤 계절에도 잘 어울리는 조경이 식재되어 있는데 특히 노을지는 저녁시간에 T3 언덕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경관은 정말 멋지다. 사진은 T6 앞 산책길인데 이 길도 조경이 정말 에쁘다. 

T6 탱크로 올라가는 길

 

 

T6탱크에서 나와 걷는길


T1 파빌리온

 
T1 파빌리온. 탱크 중 가장 작은 규모인 1번 탱크는 원래 휘발유를 보관했던 곳인데 어두운 터널을 통과하다 보면 유리 파빌리온이 나타난다. 외부를 감싸고 있던 철판은 해체하여 T6을 만드는 데 쓰였고, 천정과 벽은 유리를 다시 덮어 외부 암벽이 그대로 보인다. 그래서 계절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특별한 탱크이기도 하다. 마침 11월 3일까지는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 데 아쉽게도 작가분의 설명을 들어도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아 그냥 쓱 훑고만 나왔다. 

T1에서 열리고 있던 전시


T2

 
T2 탱크는 경유를 보관했던 곳. 입구에서 자연스럽게 경사를 따라 오르면 파르테온 신전 같은 원형극장이 펼쳐진다. 무대를 중심으로 부채꼴로 좌우로 펼쳐진 객석은 높낮이를 달리 한 돌들이 무질서하면서도 질서 정연하게 배치되어 있다. 야외무대 하부는 탱크 내부 형태를 활용한 복합문화공간이다. 

 
우리가 갔을 땐 이곳에도 탱크예술제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말을 걸면 대답해주는 기괴한 모습의 조형물. 아들이 꿈에 나올까 봐 무섭다고 해서 잠깐만 보고 바로 튀어나옴. 난 이런 거 좋아하는 데……


T3

 
T3 탱크 역시 경유를 보관했던 곳. 3번 탱크는 마포 석유비축기지 당시 탱크 모습 그대로를 보존해두었다. 내부로는 들어갈 수가 없다. 입구에는 '서울미래유산‘ 표식이 붙어있는 모습. 당시 석유량을 점검하기 위해서는 탱크를 둘러싸고 있는 높고 좁은 계단을 따라 내려가야 하는 데 겨울에 혹여 눈이라도 내리면 미끄러워 내려가기가 힘들었다고 한다. 외부 바닥의 돌계단은 모두 T4 탱크 철거 시 지하에 있던 돌들을 가져다 심은 것 

탱크는 그대로인데 아이는 5년동안 이렇게나 커버렸다.
서울미래유산 표식과 외부계단의 모습

 


T6

 
가장 앞쪽에 위치한 T6은 기존에 없던 신축 건축물이다. T1, T2를 부분해체하고 남겨진 철판을 이용했기 때문에 겉으로 봐선 다른 탱크들과 이질감없이 잘 어우러지는 모습이다. 신축건물인만큼 내부는 카페, 북라운지, 전시관, 세미나실등 실용적인 공간들로 채워져 있다. 겨울에는 내부 슬로프를 이용한 썰매체험행사를  개최하기도 한다.


 


 
 
T3 언덕의 7살의 아들과 12살이 된 아들. 탱크는 예전 그대로인데 아이는 이렇게도 쑥 커버렸다. 까불까불하던 녀석이 어느덧 의젓한 형아가 되어 엄마가 불러도 쉽게 얼굴을 내어주지도 않는다. 언제 이렇게 컸을까 싶어 기특하고도 아쉬운 마음에 7살 사진을 몇 번이고 다시 본다. 그리고 또 몇 년이 지나면 지금의 아이 모습을 그리워하고 있을 나. 시간을 붙잡고만 싶다 ^^

언젠가부터 등만 허락하는 아들